세계여행 인터뷰1 - Jesse


세계일주 인터뷰1 - Jesse

Jesse

건설회사에서 3년간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09년(29세)에 10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언제? 몇 살때였나?

2009년 8월~2010년 6월, 29세때 10개월 동안 다녀왔다.

그 이전에 다른 해외여행 경험이 있거나 자신이 있었나?

중국, 호주, 일본 단기여행 경험이 있었다. 그 단기여행이 자신감에 조금도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더 중요한 건 그러한 경험보다 충분한 준비가 아닐까? 다양한 경험담들에 대한 학습과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퇴사 후 한달반 정도 세계여행을 기획하며 준비했는데, 그 기간이 정말 살아있는 온전한 나였다는 생각이 있다. 선배들의 경험담을 보고, 가고싶은 곳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최적의 루트를 찾고 하는 등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위해 준비하고 기획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매우 가슴뛰는 일이었다.


여행은 왜 떠나게 되었나?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다이어리 같은 건데, 말하자면 꿈이 뭔지 묻고, 정하고, 그 꿈을 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뭘 해 나갈 것이고, 10년간의 목표를 위해 올해 무엇을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건지 적는 형태의 플래너 였다.
그 다이어리를 쓰고 있자니 그 다이어리가 자꾸만 나에게 물었다.
"넌 꿈이 뭐니?"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꼭 "프랭클린 플래너"가 아니었더라도 내 인생이 그렇게 흐르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 당시 그것이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출발점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여행을 떠난 곁가지 이유로는 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돈받고 팔고 싶지 않았고, 당시 회사의 선배들(부장, 과장 등)의 모습처럼 내 삶이 닳아 없어지길 원하지 않았다. 


여행하기 전 내 모습은 무엇이었나?

건설회사 2~3년차 직원이었다.
'이렇게 사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던 그냥 회사원.



여행은 어디서 어디까지, 어떤 나라들을 다녀왔는지?

2009년의 세계여행은 중국에서 체코까지,
중국, 네팔, 인도, 스리랑카, 쿠웨이트, UAE,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그 외에 프랑스, 태국, 호주, 일본, 말레이시아 는 단기여행으로 다녀왔다.







왜 그 루트를 선택했나?

당시에 남미 여행에 대한 정보가 중국,인도,유럽대비 상대적으로 적었고,
남미를 다녀오면 웬만한 풍경들이 다 평범해 져 버린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래서 다른 여행 다 하고 마지막에 가는 거라고.
남미는 장기여행의 끝판왕 같은 이미지가 있었고, 나도 좀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중국, 인도 등을 거쳐 유럽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계일주 1편의 마지막 국가를 영국으로 정하고, 거기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축구도 보러다니며 세계일주 2편(아메리카대륙)을 실행할지 여부를 판단할 요량이었다.

무슨 돈으로 다녀왔나? 예산은 얼마였나?

결혼 등을 대비하여 한 달에 백만원씩 적금했고, 2천만원 정도가 있었다. 예산은 있는 돈 거의 다 쓸 때까지 정도로 생각했다. 회사생활 3년, 이제 막 취업한 초년생으로 주식에 관심도 있었고, 실제로 주식하면서 여행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주식하면서 여행했나? 수익률은 좋았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여행하면서 뭔가라도 하고 있다는 ‘쓸데없는 자기 위안’ 같은 것이었다 고 본다. 주식은 그저 그랬고, 당시 유행했던 펀드는 천만원 정도 투자해서 1년후 4백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10개월 여행에 사용한 비용은?

2천만원 정도 썼다.
유럽과 같이 물가가 비싼 곳을 피했다면 평균 한달 생활비 70만원 정도면 그럭저럭 보편적인 예산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10년이 지났다 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 보여진다.
(유럽을 제외한 8.5개월 동안 1천만원 정도, 유럽의 1.5개월 동안 1천만원 정도 썼다. 유럽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정보가 부족한 측면도 있었고, 당시 여자친구의 합류 항공료 및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 항공료(대한항공 직항), 함께 여행한 두 명분의 여행경비 포함이다.)


여행 전체를 짧게 요약한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지구 안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감촉했다 할까.
그리고 장기여행(히피생활)에 대략 얼마가 필요하며, 어떤느낌이고, 그것이 나와 맞는일인가 아닌가를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블로그를 쓰고 그 블로그가 월 5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지금 백만원들고 30만원짜리 비행기 티켓을 사서 인도  자이살메르'로 날아가는 거다. 그리고 거기서 고아, 함피, 깨를라 등을 여행하며 여행기를 또 포스팅 하는 거다. 하루 생활비 만원으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거지.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나에게 맞는지 안맞는지, 좋아하는 건지 아닌건지도 아는거지.

지구상의 수많은 경이로운 장면들을 감촉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진심으로 억울하다. 그래서 또 장기여행을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10년동안 블로그든 , vlog든, 유튜브든 뭐든, 시공간의 제약에서 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내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싸이클을 현실화 한다면 또 내가 원하는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십년전 세계여행이 있었기에 그 생각이 막연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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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썰메르 가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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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함피








여행 후 삶을 지탱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두려움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그 때의 선배들(과,부장들)같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것도 두렵기는 사실 매한가지다. 남들은 이제 막 취업하고 적응하고 결혼할 돈 모으고 하는 것에 비해, 그렇게 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거겠지.
어느정도의 자신감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믿음도 있었다.

29살에 여행을 떠나, 30살에 한국에 들어왔고, 32살에 결혼해서 집을 구할 때, 부모님께서 도와주신 4천만원으로 전세 4천만원짜리 집을 구했다. 수도물에서 녹물이 좀 나오거나 주변 환경이 좀 안좋거나, 겨울에 벽에 곰팡이가 좀 슬거나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걸 감수하는게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행으로 얻은 것 단 하나를 꼽는다면?

어떻게 살아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장기여행에 대한 '선명한 그림'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는 다면 '선명한 그림'이 되겠다. 다시 해도 어느정도의 예산에 어떤 곳을 여행하며 내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 넣을 수 있을지 그림이 그려진다.


여행은 즐거웠나? 어떤부분이 가장 즐거운가?

쓸데없는 걱정들만 굳이 만들어 비집어 넣지 않는다면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가 원해서 간 여행이고, 온전히 내가 원하는대로 매일매일을 살았다. 눈치볼 사람도 이유도 없다. 종종 한국인 동행이 있었지만, 내 여행과 일상에 불편함이 느껴지면 또 각자 여행하다 또 만나기도 했고.


힘들었던 점은 꼽자면?

외로움.
여행을 하는 삶을 꿈꾸기도 했고, 각박한 사회 말고 ‘사람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이민도 어느정도 고려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겪은 ‘외로움’은 이민이 나에게 안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했고, 혼자 마주한 경이로운 장면을, 그 순간 함께하지 않은 이와 공감하는게 불가능 하다는 것 또한 알게했다.
특히 여행의 템포가 길 때 쉽게 외로움을 마주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간 국가간 이동과 관광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환기가 되는 측면이 있다. 내일 새로 만나는 새로운 장소와 풍경은 또 신선한 활력을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이집트에서 좋은 한국분들과 동행을 했다. 그중에 예쁘장한 여자분도 있었는데, 그 분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여러모로 풍요로웠다. 다양한 남자들이 찝적거리며 우리에게 어떤관계냐 물었고, 아무관계도 아니라고 하면 더 열심히 친절을 베풀었다.
이집트 서쪽 사하라 사막 지역에 ‘시와’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거기에서도 현지인의 이 여자분에 대한 관심은 예외가 아니었다. 덕분에 그 지역의 친절한 청년을 만났고, 그 청년이 밤에 사막에 놀러가자고 했다. 우리 일행 남자셋 여자하나 이렇게 넷이서 당나귀 마차를 타고 달빛아래 귀뚜라미 우는 길을 따라 30~40분을 덜컹덜컹 갔고, 그 목적지는 사막의 어느 작은 ‘노천 온천(Hot Spring)’이었다. 동네 청년들 몇 명이 있었고, 따뜻하고 시원한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씨.
사막이라 동서남북이 모두 저 멀리 지평선이었다. 하늘에 별은 쏟아지고, 해가 진 서쪽하늘 저 너머 어슴푸레 태양이 지평선을 밝히는 황홀한 장면이었다. 그 노천온천에 몸담그고 별보며 하늘보며 동기동기 얘기하다, 두세시간쯤 지났나. 젖은 옷도 갈아입을 겸 물에서 나와 발가벗고 지평선만 어름어름 빛나는 서쪽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장면은 꿈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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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와의 어느 Hot spring


내 여행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장면을 선물해준 이집트 시와의 친구







가장 아쉬웠던 것?

"지금의 나"가 아닌 "그때의 나"였다는게 아쉬웠다면 아쉬운 점이라 말할 수 있겠다. 다만, "그 때의 나"였기에 또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또 내 미래에 펼쳐질 멋진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현재에 충실한 여행을 했다.
이를테면,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재의 감흥을 잃는 걸 원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식. 내 안의 귀차니즘을 존중했다. 소중한 시간이었으나, 나태하게 흘려버린 시간도 많았다는 점. 굳이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그 점을 진단하고 다음 여행때는 복기해봐야 겠다.


가장 좋았던 곳?

아무래도 함께한 사람들과 케미가 좋았던 '이집트 시와(Siwa, Egypt)'를 꼽고 싶다.
그 외에,
이집트 다합 : 바다와 여행과 휴가를 원포인트로 다 해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 지중해의 날씨를 하루생활비 2만원으로.
그리스 산토리니, 스위스 인터라켄, 네팔 포카라 등 돌이켜 생각하면 절반 이상은 좋았던 곳 같다.


다시 떠날 것인가?

장기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몇 년간 다시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꿈을 이룬 후의 공허함 같은 것도 있었고, TV에서 스쳐지나가는 해외 어느 곳의 장면만 보아도 그 곳의 분위기나 느낌, 여행지로서 어떤 모습인지가 보이는 기분이 있었다. 실제로 가본 곳이 절반 이상이기도 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떠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의 신비로움, 경이로움을 할 수 있는 한 힘껏 감촉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면,
'제일 하고 싶은 그것하나 실컷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하여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나를 탐구하고, 남은 삶동안 그 특별한 순간과 장면들을 만나고 또 즐기고 싶다.

여행을 다시 떠난다면, 꼭 가져갈 준비물 세가지?

1. 함께할 사람
아무리 경이로운 장면을 만나더라도, 그 순간 나 혼자라면 그 경이로움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글로, 음악으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아무리 잘 표현한다해도 그 장면을 함께 했던 사람과 나누는 것 만큼 신나게 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2. 아이패드(노트북)
지속적인 글쓰기와 하루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3. 여유로운 마음가짐?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건, 내 가치관일 뿐이다. 무슨일을 만나도 "그럴 수 있지." 또는 "그러라 그래." 정도의 유연한 마음가짐이 여유롭고 즐거운 여행을 하기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행"에만 국한지을 것도 없다.





인도 디우 마을
인도 디우(Diu, India) - Jesse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이 좋아하는 여행지로의 여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 되기를.
남들이 정해놓은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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