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준비중..

나는 원래 건설회사의 일선에서 뛰던 건축기사였다. 군대의 소총수 처럼 생산활동의 최일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은 즐거웠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일이 즐거워서 한다는 사람은 진정으로 찾기 힘든 시대이다. 아마도 그것은 현시대에도, 과거에도, 어쩌면 미래에 까지도 찾아보기 힘들지 모르겠다.

몇년전 어머니께 여쭤본적이 있다. 45년생 어머니께 그때가 살기좋아요? 지금이 살기 좋아요?
어머니는 그때가 살기 좋았다고 말씀하셨지만,,, 한편으로 가지게 되는 내 느낌에는 '회상이기 때문에' 현재에 와서 추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 때가 좋았다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일은 즐거웠으나, 그 외의 것들이 힘들었다. 나는 내 일을 정말 내일처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나 그럴지 모르겠지만, 정말 내일 처럼 해서 내가 한 일에서 보람을 얻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중학교 3학년 도덕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
시간이 갈 수록, 회사가 어려워 질 수록, 회사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장 사고가 발생할 수록 일은 내 스스로 하는 일이 아닌,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기 위하여 하는 일이 되어 갔다.
보람없는 일이었다. 그 일로서는 더 이상 자아를 실현할 수 없었다.

꽤 좋은 회사였다. 그 회사의 다른 동료에 비해 적은 돈을 받고 지냈지만, 내가 가진 스펙으로는 한국에서 그만큼 받고, 그만큼 이름있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꽤 큰 회사였다. 규모가 너무 커서 생산적이지 못한 활동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한 기업의 CEO가 가진 생각과 꿈, 그것을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은 별 생각없이 일을 하다보면 들어온다.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언젠가 내가 경영을 하게 된다면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둔다.

퇴사한지 열흘이 지났다.
사는 맛이 난다. 포항집에서의 생활은 신선노름이다. 여유있지만 하루하루를 꽉 채워 나가고 있다. 어제는 저녁때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했다.
매일매일 전쟁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깅화를 신고 천천히 걷고 있자니, 학창시절에 들었던 김동률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이다. 그의 목소리를 이런느낌으로 듣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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