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것
온화한 가슴을 저절로 지닐 것만 같은 따스한 햇볕의 겨울. 하염없이 맑고 깊은 푸른 하늘의 외로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아주 조금의 하이얀 구름이 드문드문 묻어나는 오후이다. 눈이 맑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네시아계의 사람들과 겨울임에도 이렇게 따스한 날씨에 감동한 듯한 미국인들. 온통 미소와 인사뿐인 것 같은 일본인들이 하나의 눈부신 햇살에 어우러져 나로 하여금 야릇한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파아란 잔디밭 공원의 적당한 한쪽에 자리를 잡아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를 시작한다. 바다 내음이 가까운 곳에서 한 가닥 따스함의 여유를 즐기는 저들에게 오늘 Blonker 의 ‘Traveling’ 은 오프닝으로 더할 나위없는 선택이다. 빛에 반짝이는 바다에 어쿠스틱 선율, 작은 터치까지 하나의 싫은 소리 없이 들려주는 나의 엠프. 우리는 단지 이 곳에 이미 존재해 있는 평화를 드러나게 해 줄 뿐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샾의 일회용 커피잔을 든 사람, 카메라로 바다와 평화를 찍던 사람, 애완견과 사랑이 깃든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이 순간 단지 행복함이다.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이 순간의 이 공간을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는 마음이 고동칠 만큼.
저 공원 앞의 조촐하지만 섬세하고 깨끗한 호텔은 내가 이 곳에 오고 3년 만에 작은 땅을 사서 지은 건물이다. 인도에서 보았던 너무나 인상적인 건축물을 생각하며 방의 앞쪽 베란다와 뒤쪽의 창문으로 모두 태평양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호텔 손님들의 만족을 지나친 행복에 찬 표정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기쁘다.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지상낙원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인도에서부터 영국과 포르투갈, 서아프리카와 몽골에서의 몇 년씩을 보낸 지금 나는 서른여덟. 이 곳은 오세아니아 북단에 있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미크로네시아의 수도, 팔리키드 이다.
2004년 3월 권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