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긴 이야기이다. 육로로 국경을 거쳐가는 일은 흥미롭다.
인도와 네팔간의 육로 이동은 전에 네팔의 한 여행사에 있던 지도로 봤을 때5~7군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포카라에서 남쪽으로 버스8시간 거리인 바이와라를 통해 인도로 넘어간다. 룸비니는 바이와라에서 서쪽으로 버스1시간거리. 바이와라에서 인도 국경까지는 자전거릭샤로 30분 거리. 인도국경에서 고락뿌르라는 기차역이 있는 도시까지 jeep으로 2시간반 거리, 고락뿌르에서 바라나시라는 누군가가 '역사보다 오래된 도시.', 또는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다. 바라나시를 보아다면 인도를 다 본 것이다.' 라는 둥의 썰을 풀었던 도시까지는 기차로 6시간 거리이다.
룸비니→바이와라→소나울리(국경)→인도국경→고락뿌르→바라나시
네팔루피 : 100루피 = 1600원
인도루피 : 100루피 = 2500원
룸비니에서 고락뿌르까지 3시간, 고락뿌르에서 바라나시가는 기차가 밤10시45분에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던 우리(포카라 Eco g.h에서 만났던 명철형과 나)는 룸비니에서 이틀째 오전 새벽6시에 일어나 대성석가사(Korean Temple)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하고, 방에 들어와 책을 보다가 아침잠을 잤다.
나는 어찌나 잘 잤는지, 일어나니까 11시 50분. 점심식사시간이 11시30분인데 식사 끝나겠다.
일어나서 바로 식사하러 갔다가(점심식사는 그래도 아침,저녁에 비해 진수성찬이다., 감자가 있어서..) 돌아와서 국경을 넘을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룸비니 숲 정문까지 가는 싸이클릭샤를 타고(60루피:900원:약20분소요) 나가니 바로 '바이와라'가는 14시 버스가 들어온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그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정차했다가 출발한다. 문을 열어놓고 달리는 버스의 문가에 서서 담배도 한대피고 하다 보니 이미 한 시간이 지나 바이와라에 도착했고, 내리자 마자 사이클릭샤 기사가 짐을 받아주려 하며, 국경까지 간다고 한다.
그런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말, "하우머치?(얼마야?)"
돌아온 대답은 10달러(12000원). 일반적으로 우리같은 여행자는 어느정도의 물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책에는 30루피로 나와있으나 몇 년전 정보인지 모른다.) 코웃음을 치며 가려고 하니, 80네팔루피(1450원정도)라고 바로 가격을 내린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60네팔루피(900원정도:30분소요)를 제시했고, 그 가격에 국경까지 가기로 했다.
어쨌든 60루피보다는 확실히 먼거리였다마는 무사히 국경에 도착한 우리는 네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서 아웃 스템프를 찍고, 다시 약 60m정도 걸어 인도 이미그레이션 오피스에서 비자 확인 및 입국 스탬프를 찍었다.
(사진 : 인도국경을 막 넘어서(소나울리) 진흙길을 슬리퍼 신고 걷는 중)
네팔 아웃 스탬프를 찍을 때 같이 있었던 스페인 애들 다섯명이 우리와 똑같이 바라나시 가는데 고락뿌르까지 같이 택시 타고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That sounds good'해주며 함께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1인 100인도루피(2500원)으로 12명 정원으로 보이는 jeep에 14명이 타고 2시간 반을 갔다. 꽤 불편하고 힘들었다.
출발한지 5분이 되지 않아 차가 잠시 정차하고 나를 포함하여 여섯명이 타고 있던 뒷문이 열리면서 왠 놈이 지껄인다.
"니들 고락뿌르 다음에 어디가냐?"
내 옆자리의 네팔인이 바라나시 간다고 하니
"바라나시 가는 표는 있냐?"
스페인애는 있다고 하고, 그 놈이 날 보길래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도는 기차표를 하루 또는 그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표 구하기가 어렵다고..
어쨌든 없다고 했더니 건방지게 검지손가락 까딱이며 내리라는 시늉을 한다.
나는 내리지 않았고, "Why?" 했다.
걔네는 패거리 였는데 몇 명이 있었고, 그러던 중 앞자리의 스페인 여자애가 외친다.
"우리는 표가 있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없다!"
어쨌든 그 패거리 하는 꼴을 보고 대충 상황파악이 되었고, 나는 표가 있다고 했고, 그 중 좀 많이 험악하게 생긴놈이(그래도 외국인은 왠지 겁이 별로 안난다.) 손가락질을 해 대며 기차표 보자고 생지랄이다.
나는 "왜?", "싫어."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스페인애들도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소리치고 하야 결과적으로 문닫고 차는 출발했다.
출발 후 내 옆자리 네팔인은 "Fucking guys."라며, 이 말을 덧붙였다. "여기는 인도니까."
그래, 일반적으로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
마치 자기들이 경찰이나 그 이상의 것처럼 보여 무언가를 뜯어내려는 패거리로 보였고, 그냥 보면 그런 놈들인지 보인다.
어쨌든 그리하여 고락뿌르 기차역에 도착한 시간이 8시 반. 기차표 사기는 어찌나 어려운지, 짜식이 바라나시가고, Class는 2A, 저녁 10시 45분차 탄다고 설명 다 듣고는 종이 한 장을 내어 주며, 적어오란다. 종이에 적는 것은 이름, 기차이름, 기차시간, Class 등등 이었는데, 또 주소도 완전한 주소를 적어오란다. 그리그리하여 표 사는데 30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어쨌든 표도사고 나니 기차 시간까지 1시간 반 가량이 남은 9시 10분.
오늘 절에서 아침, 점심 먹고 나서는 물과 망고주스, 버터쿠키, 바나나 먹고 있었는데, 밥이나 먹자 싶어 기차역 맞은 편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식당은 몇 개 있었지만, 영어로 그렇게 써 놓은 곳은 하나. 갔더니 메뉴판은 없고, 메뉴를 불러준다. 인도식 영어가 좀 다르기도 하지만, 음식 이름을 알 턱이 있나. 대충 듣다가 치킨커리를 골랐다. 주문해 놓고 앞에 밥 먹고 있는 서양인에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맵단다. ㅋ
(사진 : 저녁으로 먹은 치킨커리)
내가 주문한 치킨커리와 밥(80인도루피=2000원가량)은 먹어보니 먹을만 하다. 한국 카레보다 약간 더 맵고, 향신료 냄새가 나지만 닭고기와 함께 먹으니 그럭저럭 괜찮다.
기대한 것 보다 괜찮아 밥도 거의 다 먹었다. 닭고기가 빨간색이라 그렇지..
왜 빨간색인지 조금 관찰해 봤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느낌에는 어떠한 빨간색 매운 어떤 것에 닭고기를 담궈서 보관하는 것 같다.
(사진 : 빨간색 닭)
먹고나니 살 것같다. 나는 먹는 것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 편이지만, (몸이 마른편이라 배고프면 무엇인가를 반드시 먹어줘야 하지만) 국경을 넘는 상황에, 낮에 비도 많이 와서 국경의 비포장 흙길에서 사람의 침과, 동물의 배설물과 진흙이 잘 버무려진 땅을 슬리퍼 신고 질퍽질퍽 걸어다닌 상황에서 저녁을 그렇게 먹고 나니 마냥 부러운 것이 없다. 사진은 마냥 웃기다. 룸비니에서 비가와 입었던 중국 항저우의 까르푸에서 산 1회용 우의(500원)를 jeep의자도 드럽고, 그냥 전체적으로 드러워 계속 입고 있었더니 저 모양새가 되었다.
(사진 : 고락뿌르 기차역 맞은 편 레스토랑에서 닭카레를 먹고 정신차림(낮부터 비가와서 입었던 1회용 우의가 다 찢어짐.)
약간 헤매며 우리 기차의 platform이 2번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기차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둘은 기차에서도 좋은 2A클래스를 끊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여긴 인도야'를 외치며, 명철형은 준비해온 자물쇠로 가방 지퍼를 잠그고, 쇠사슬로 가방을 잠궜다.
나도 준비해온 안전망과 와이어자물쇠로 가방을 잘 묶어 놓고, iPod으로 음악을 들으며 12시가 다 되어 잠들었다. 가방 잠금장치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렇지 누워서는 금방 잠들었다. 인도 기차의 2A칸은 인조가죽시트의 침대위에 깔시트와 담요, 담요안쪽에 넣을 시트와 배게, 수건하나를 지급해 준다. 다른 클래스는 안타봐서 모르겠다.
* 기차
2A 침대칸 중에 침대가 2층으로 되어 있고, 에어컨이 있다.
3A 침대칸 중에 침대가 3층으로 되어 있고, 에어컨이 있다.
SL 침대칸 중에 침대가 3층으로 되어 있고, 에어컨 없이 창문을 열고 간다.
(사진 : 고락뿌르 기차역 - 많은 인간들이 길거리에 자리깔고 누워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승무원이 나를 깨운다. 잘 잤다는 느낌이 확 온다. 재수없게 깨우는데 커튼을 내 얼굴로 던지면서 깨웠다. 말로 표현하기가 좀 어렵지만, 인도애들은 좀 그렇단다 원래. 돈도 잘 던지고.. 뭐 줄 때 잘 던진단다.
어쨌건 기차에서 내리니 또 하나의 오토릭샤 기사가 간섭을 한다. 어디가냐고. 그래서
"너 뭐니? 너 오토릭샤?" 했더니 맞단다. 그래..
"옴 게스트하우스 아니?"
"어, 옴 홈은 알아." 그 두개가 다른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얼마?"
"80루피(2000원)."
대충 이야기는 그걸로 마무리 짓고, 계속 걸어 나가는데 앞에서 안내를 한다.
역 밖에 나와보니 새벽 5시 임에도 역 광장을 꽉채운 잠자는 애들과 오토릭샤 기사들로 붐빈다. 일단 담배한대 피면서 명철형과 상의하고, 60루피까지 깎아 볼까?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기다리고 있는 릭샤 기사에서 이야기 한다.
"60루피가 아니면 나 다른데 가 볼래."
"80루피는 인도 사람들 가격이라구, 옴홈가서 주인이 기차역에서 거기까지
60루피라고 하면 60루피만 받을게."
"짜샤, 옴홈 주인도 인도사람이잖아."
"그렇지만, 80루피는 인도사람들에게 받는 가격이라구, 너에게 좋은 가격이야. 거리도 좀 된다구.."
그 20루피(500원)차이 때문에 다른 것을 찾아가서 흥정하는 것도 사실 번거로운 일이다. 그냥 고.
마지막으로
"옴게스트하우스, 80루피, 옴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역에서 그까지 다른 가격이라고 얘기하면 다른 가격. OK???"
라고 확인을 했더니 자기는 '옴홈'이라는 곳을 알고 있단다. 그래서 그럼 기다려봐. 하고 가이드북을 뒤지니 옴게스트하우스는 없다. (포카라에서 다른 한국인에게 그냥 괜찮다고 들은 곳) 그래서 보고 있으니, 릭샤기사가 다른 곳을 보며, 산드야게스트하우스가 좋다고.. 가서 한번 보라고.. 하며,,,
좋아, 어차피 옴홈있는 곳 주변에 다른 숙소도 많으니 일단 고,
옴홈의 방은 인당 150루피(3200원정도) 지하방 처럼 눅눅했고, 슬펐다. 결국 릭샤기사가 이야기한 산드야게스트하우스로 갔고, 방을 보니 둘이 합쳐 800루피(20000원정도)인데 화장실 안에 있고, 발코니 있고, 에어컨까지..
기대치가 낮은 인도에서 아주 좋은 방이었다. 쥬르륵... 옥상에서 강가(갠지스강)이 살짝 보이고, 레스토랑이 딸려 있는데 외국인한테 너무 잘 맞는 메뉴들..
400루피까지 깎아 보려니 안 깎인다. 700까지 해준단다.. 결국 3일 머무르면 600루피(둘이합쳐하루만원), 그 이하로 머물면 700루피로 계약하고 4층의 우리 방으로 입방했다.
(사진 : 지금 바라나시에서 머물고 있는 방)
1층에는 인터넷 사용하는 곳도 있다.
6시에 와서 샤워하고, 발코니에서 풍경 좀 보고, 7시 반에 아침먹고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글 쓰고 있는데... 인도에서 이런방.. 정말 너무 훌륭한 것 같다.
음식도 좋아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