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10일 항저우에서부터 21시간동안 기차타고 장가계(장자제)에 도착하다.

항저우에서 장가계로 들어오는 기차는 하루에 두 번 이다. 저녁때 출발해서 오후에 도착하는 것은 17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145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750 정도에 도착하는 것은 19시간이다.

(사진 : 항저우 동부기차역에서 기차 기다리며)

1 45에 출발하는 것을 탔는데 2시간 연착하여 9시반정도에 장가계에 도착했다. 특쾌(가장빠른)열차가 아니라 우리나라 무궁화호와 비교하면 될 정도였는데, 사실 질서의식도 부족하고, 침대칸이 없는 21시간 기차라 안은 꽤 지저분하다. 다들 자리에서 컵라면을 먹고, 닭다리를 뜯고 있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자주 빗자루질을 하는 데, 뭐 먹고있는데 빗자루질 하는 것도 썩 좋지는 않다.

처음 생각은 기차에서 밀린 이야기들을 쓰려고 했는데, 썩 분위기가 내키지만은 않아 노트북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조금 밀렸다.

기차 탄 이야기..

내가 lucky guy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표는 기차타기 하루전에 와서 샀다.) 줄 서 있으면서 뒤에 있는 남자에게 '쩌비엔 뚜이마?(이방향 맞죠?)' 했다. 그랬더니 또 이 친구도 외국인이라고 또 이래저래 대화를 나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으라고도 하고, 등등등.. 어쨌든 내가 탈 차 칸도 가르쳐줘서 탔다. 차칸의 왼쪽은 4명이 마주보고 앉게 되어있고, 오른쪽은 6명이 마주보고 앉게 되어있다. 나는 기차를 기다리며 대화했던 친구에게 기차에 침대있냐고 물었는데, 타서 승무원에게 물어보면 된단다. 나중에 물어보니 침대칸 없단다. 21시간. 의자에 앉아서.. ㅎㅎㅎ

(사진 : 우리나라 무궁화호에 비교할 수 있는 K열차)

나는 처음에 여섯명이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었다. 2. 분위기가 어색어색하다. 4시간 정도 음악들으면서 책보고, 엉덩이 아프면 한번 스윽 걸어서 다른 칸 사람구경도하고 또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4명이 마주보는 자리에 여학생( 4명은 가족으로 보였음) 하나가 말을 건다. 한국인 맞는지 자기는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일년 공부했다는데 사실 1년 공부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너의 한국어 선생은 내 생각에 중국인이었을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더니, 아니란다. 자기 선생님은 한국인이란다. 어쨌든 그 친구도 어느정도 영어를 하기에 몇 마디 나누다가 말고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보고 있으니, 어머니처럼 보이는 분이 중간에 내린다. 그래서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되겠냐고 묻고 그 자리에 앉았다. 여학생 옆에 있는 남자는 자기 오빠고, 내 옆에 앉은 어린아이(12세 남자)는 사촌동생이란다. 그래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오빠도 영어를 좀 한다. 한참 얘기하다가 내가 물었다. 여기서 내 노트북을 꺼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랬더니 남학생(21)이 자기는 꺼내지 않는 게 보다 나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컴퓨터는 꺼내지 못했다.

(사진 : 기차내 전경)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가 고파 7시쯤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마침 그 친구들도 빵을 꺼내 먹는다. 남학생은 빵에 계속해서 마요네즈를 발라먹으면서 나보고도 먹어보라고 한다. 빵에 마요네즈 발라 먹었더니,, 이건 완전 내 입맛이다. 그 친구에게 '하오더, 하오바'(좋아좋아)를 외치며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카드놀이를 하잔다. 카드는 트럼프인데 게임은 나도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뭐 어쨌든, 원페어,,포카드,스트레이트 뭐 그런거니 금방 적응하고 했다. 카드하고, 이야기 하고, 또 다른 카드 놀이 하고 하다보니 거의 11..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거의 새벽 2시즈음 슬슬 쓰러졌다. 나도 2시쯤 잠들려고 했는데 4 정도에 잠에서 깼다. 잠자기도 힘들고 해서(침대칸이 없음) 아이팟으로 영화나 좀 보려고 했더니, 또 그러다 만다. 무언가 하는 것이 귀찮다. 피곤하다. 이때부터 나의 피로가 쌓였던 것 같다.

(사진 : 장자제역에 도착해서..)

열차 칸과 칸 사이의 흡연 공간에 가서 아침체조도 좀 하고, 바깥 구경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있다보니 어찌어찌 시간은 가고 오전 740에 장자제에 도착했어야 할 기차는 930에 장자제에 도착했다. 여러명의 여행사 영업사원들을 뒤로하고 기차에서 만났던 그 친구들과 사진한방 찍고 헤어졌다.

그 친구들은 장자제에 2~3일 있다가 펑황(친형이 있는 곳-장자제에서 버스로 2시간거리)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펑황은 실제로 요즘에 여행지로 많이 뜬 것 같은데, 여튼 나의 론리플래닛에는 안나와 있고 중국인이 좋다고 하니, 한 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 장자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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