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뒤의 달콤한 향리초미..

장자제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옆에서 말거는 애들 때문에 지금은 도저히 못쓰겠다. 고맙고 귀여운 것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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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이 피곤하다.

먼저 장자제 우링위안 국립공원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도미토리형식의 인터네셔널 유스호스텔은 공원 내에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물론 민박은 많으니, 약간의 두려움을 무릅쓴다면 예약없이 공원에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려움을 무릅쓴다는 얘기는 민박은 여러 영업사원(삐끼)들이 관광지에서 데려가는데 내가 보기에 외국인도 거의 없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위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 되지만, 좀 불편할 수도 있다.

첫날은 무조건 아침 9시에는 공원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박촌이든 유스호스텔이든 있는 곳 까지 가려면 (거기다 황석까지 보고 가려면) 적어도 6시간 정도는 걸릴 수 있다. 7에는 공원 내 버스 운행이 중지되며, 호스텔 체크인은 기본적으로 6 까지는 해야하므로충분히 생각하고 일찍 들어가줘야 한다.

나는 9시즈음 그 비싼 200위안짜리 호텔에서 나와 공원 입구를 향해 걷다가 가는 길에 을 파는 가게가 있어 국수 한그릇 6위안(1200)에 먹고, 입구로 걸어갔다.

입구부터 수 많은 인파가 있었다. 입장료가 248위안(5만원)짜리 국립공원이라 중국이 입장료가 확실히 비싸다. 일단 우링위안 국립공원 들어간다고 하면 10만원 이상은 쓸 생각 해야된다.

공원에 들어가면 입구에서 가까운 황석부터 보게 되는데, 나는 케이블카를 택했다. 편도로 46위안정도 했고,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기다린 시간이 거의 1시간 반 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롯데월드 바이킹수준? 그래서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고민했는데 나중에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의 지친표정을 보니 타고 올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이지만 그리 안전하지가 않다. 하산길로 내려가는 것도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따지고 보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경사가 심했다. 걸어올라가기는 더 힘들 것이다. 어렵게 내려와서 그 때부터 평지길로 예약해 둔 유스호스텔이 있는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지도와는 사뭇 다르다. 설명을 듣기로 작은 다리를 만나면 북서쪽 윈가계?쪽으로 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다리가 세개째.. 대략 난감하고,, 배고플때도 되었던 지라, 길거리에서 감자(5위안)를 사 먹었다.

(사진 : 맛있었던 감자와 호떡... 사실 배가 고파서 맛있었을까..)

우리 휴게소에 파는 감자와 똑같은데 중국애들 취향에 맞게 좀 짜다. 짭짤하니 맛있다. 그거 먹으면서 길을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지도를 보고 물었어. 일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 거기서 일하는 친구들은 남자애하나, 여자애 둘인데, 남자애가 스무살정도 되어보이고 여자애 둘은 각각 열아홉살,열일곱살 정도 되어 보인다. 그 중 여자애 하나가 한국을 좀 좋아하나 보다. 한국인이라고 좋아는 하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못간다고 한다. 한참 동쪽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고.. 그러면서 호떡도 하나 더 사먹고 앉아 있었더니, 한국 돈 천원 바꾸자고 한다. 마침 천원이 있었는데, 4위안 맞지? 이러고 있다..

(사진 : 오이,감자,호떡 팔던 아이들 : 평균연령 19살.. ㅎㅎ)

진짜 2003년만 해도 천원이면 7위안정도 되었었는데.. 내가 4위안은 아니고 5위안이라니까 4위안으로 하잖다. 알았다고 하고, 돈을 바꿔주고 또 호떡하나 먹고 있자니, 오이 큰 거 하나를 깎아준다. 얘들이 팔던 가격 3위안이었던 오이.. 적당히 배부른데, 고맙게 받아서 또 먹으면서 출발했다.

그 여학생의 말대로 나는 목적지 보다 훨씬 동쪽에 도착했고, 거기서 엘리베이터(50위안)를 타고 (고도 300m정도 되는 듯)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올라간 그 곳에는 또 다른 아스팔트길과 버스가 있었다. 이것을 난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어떻게 생겨먹은 일인지.. 어쨌든 거기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을 해야 되는데, 한 여자애 하나가 나보고 안녕하세요한다. 그래서 한국인인가 했더니, 중국인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 가야되는데 갈 수 있냐고 했더니 갈 수 있단다. 자기랑 같이 가잔다. .. 얘는 뭐하는 애지..??

나중에 도착했을 때는 630분쯤 되었었고, 그 친구는 미안하다며, 거기에 정류장에 안 세워 줘서 지나쳤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여하튼 어디서 등장한 그 아이의 가족들? 정도 되는 사람들도 같이 나를 구경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와 민박 영업사원 아줌마 하나.

그 아이는 7 버스가 모두 안 다니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자기 가족들과 같은 호텔로 가겠냐고 묻는다. 난 예약해 놓은데가 있다고 했고, 얼마냐고 묻기에 30위안이라니까 조금 놀랜다. 민박 영업사원 아줌마 한테 거기는 얼마에 해줄거요? 했더니 50위안이란다. 가격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체질적으로 걱정 같은 것은 잘 안하기에 그 아이에게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나는 그 아줌마 따라 가도 된다고 했다. 그 아이는 좀 미안해 하면서 그러라고 했다.


(사진 : 장자제 우링위안 국립공원
Photo by Nico from Paris in Flickr)

영업사원 아줌마를 슬슬 따라가보니 민박촌이다. 중국인 밖에 없고, 방을 보여주는데.. 그럭저럭 잘만은 했다. 근데 어제도 200위안짜리 호텔에서 혼자 잤는데 또 이렇게 혼자 자려하니 왠지 심심도 하고, 또 불안하기도 하고 하여 밖으로 나와서 영업사원 아줌마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마을 바깥쪽으로 걸어나오는데 오토바이타고 나가는 청년이 하나 있었다. 영업사원 아줌마하고도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그 청년에게 지도 보여주면서 여기까지 태워주면 30위안줄께 했다. 그랬더니 영업사원 아줌마가 청년이랑 얘기하는데 그 말인 즉슨 너한테 30위안 준다는 얘기가 아니라 30위안짜리 방이 있다는 말이다.. 라며 그 청년에게 헛된 해석을 해주고 있었다. 의심을 품은 그 청년은 정확히 정리했다. 내가 너 태워주면 나한테 20위안 주는 거다.

졸지에 10위안 깎았다. ㅋㅋ 그래서 그 청년 오토바이에 실려 호스텔로 이동했다. 호스텔의 직원은 아저씨밖에 없었으며, 영어를 전혀 못했다. 체크인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는지, 여자애들 셋이서 옆에서 킥킥대고 있다. 그래서 내가 is it funny?(재밌냐?) 라고 했더니, yes!!!(!!!) 이러고 있다.

어쨌거나 체크인하고 남은 잔돈으로 청년에게 20위안을 주고 방에 침대에다 가방 던져놓고 나왔더니 아까 그 여자애들이 있다.

밥 먹었니?, 아니, 내가 같이 밥먹어도 되겠니?, 나랑? 우린 총 4명인데?, 그런건 상관없어 정도의 대화를 해 주고 나니 옆에 전혀 중국애 같지 않은 남자애 하나가 있다. 알고 보니 한국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22살 열혈청년이다. 나보고 요즘 젊은 댄스그룹들 이름대면서 아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잘 모를 지경이니.. 그 친구가 여자애들 3명과 일행이었다. 어쨌든 몇 마디 말 나누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반찬 3가지 정도 시키고 밥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내가 이거 다 얼마냐고 하니 신경쓰지 말란다. 짜식들 잘 먹었다.

그리고 또 걔네들과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하다보니 10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내 방에는 침대가 두 개 밖에 없었는데, 그 룸메이트도 들어왔다. 내 너무 친절해서 내 스타일이 아닌 모범생 같은 친구. 여하튼 나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쓰촨성(사천성) 출신의 그 22세 열혈청년(진짜 꽤 이쁘게 생겼다.)과 룸메이트와 어울려 향리초미 등의 과자를 먹으며 열라 떠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까 나 체크인할 때부터 나를 유심히 보던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James tang)가 와이프와 함께 내 방에서의 열렬한 대화에 참석하러 왔다. 그래서 또 다섯명이서 열라 떠들었다. 쓰촨성 친구는 쓰촨랭귀지(사투리)로 떠들고, 다른 두명은 쓰촨랭귀지(사투리) 도저히 못알아 듣겠다고 떠들고 James tang은 그 얘기를 영어로 해주고 있고.. 여튼 굉장히 안심심한 저녁이었다.

James Tang 이라는 인물은 영어 발음이 참 좋았다. 다른 중국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얘기했더니,,, 자기는 듀퐁이라는 케미칼회사에 다니고 있고, 꽤 크다고 한다. 그 회사는 LG화학에 흰색 PVC창틀도 납품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영업사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업을 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학생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중국판 론리플래닛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왠만한 한국 회사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와이프는 리서칭 회사에 다닌단다.. 왠지 정보력이 좋을 것 같은 부부이다.

그래서 또 명함 한 장 꺼냈다. 왠지 좋은 만남이다. 내 특기가 별일 없어도 두 달에 한번씩은 연락 하는 일 아니던가.. 중국과 관련해 어떠한 정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하란다.. 아아아아아.. 뭔가 이거 운명적인데..? 여하튼 나는 만나서 진짜 기쁘다고 했고, 그들은 자러 갔다.

조만간에 메일을 한 번 써줘야 겠는데 이거 뭐.. 영어가 좀 되어야지..

근데 참 이상하게도 요즘 영어가 완전 익숙하다. 생각이나 혼자말도 영어나 중국어로 하고 있다. ㅋㅋㅋ 마음먹고 쓸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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