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늦잠에서 시작된다.
장자제 기차역 즈음에 오면 각종 여행사 영업사원들이 기차를 타고 상품설명을 해 준다. 어쩌면 그들에게 나의 2~3일 정도를 맡기는 것이 훨씬 편하고 저렴할 수 도 있다. 나는 어쨌든 내 마음대로 움직이니 필요없다고 뿌리치고, 장자제 시내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거기서 만난 직원들과 그곳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다른 곳처럼 계속해서 외국인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어디가려면 무슨 버스타느냐,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갈 수 있느냐, 맥도널드는 어디로 가면 되느냐는 등의 질문을 퍼붓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일단 하루를 예약하고, 거기서 시켜주는 점심(15위안:3000원)을 하나 시키고, 지도(5위안:1000원)를 샀다. 그리고 어떻게 여행하는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이 곳, 장자제 시내는 별 볼일이 없는 관광도시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장자제는 우링위안 지구인데, 이 곳은 중국 최초로(1982년) 산림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곳은 카르스트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장자제 공원(우링위안)으로 들어가면 안에 유스호스텔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을 예약하고, 우링위안 입장료(248위안:5만원)을 내고 산림보존지역으로 들어가란다. 그래서 첫날은 이렇게 돌고, 둘째날은 저렇게 돌고, 셋째날은 이렇게 돌아서 이쪽으로 나오면 된단다. 혼자가기에는 외로울 수 있으니, (그 때 중국인 여자애들 두 명이 옆에서 체크인 하고 있었음.) 옆에 여자애들하고 같이 가란다.
일단, 나는 누나가 합류한다는 말이 있었고, 장자제에서 만날지, 다음 예정코스인 계림에서 만날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이고, 누나가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호스텔 직원은 여름방학기간이라 사람들이 많으니 가능한 빨리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그 후 누나와 이야기를 해 보니, 중국비자도 만들어야 되고 해서 이틀정도는 걸릴 것 같아 계림에서 만나기로 하고(계림에서 누나 만나면 머리나 좀 잘라달라고 해야 겠다.) 바로 공원 내 호스텔(30위안:6000원)을 예약했다. 12일밤,13일밤 이렇게….
그리고 옆에 있던 중국인 여자애들(2명)한테(영어가 조금 됨) 내일 나도 니들하고 같이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단다. 몇 시에 출발할 거냐고 물었더니
그리고 장자제에서의 내 스케줄에 맞춰, 기차역에 가서 14일 밤 기차로 류주(계림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없었다.)행 특급열차를 알아보니 없다고 하였고, 14일 저녁때 하나가 있는 데 이건 열차이름앞에 'K'(무궁화호와 비교)자도 안붙은 것이 장자제 올 때 보다 더 안 좋을 것 같다. 침대칸도 없는데 11시간 타고 가야 한다. 류주에서 계림은 2시간반 거리인 것 같다. 근데 류주에서 계림가는 기차도 없단다. 말하자면 장자제에서 14일
(여행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가능한 목적지에 도착하면 분위기 파악하고, 몇 일정도 머무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첫날이나 둘째날 정도에(이동하기 2~3일전) 다음 여행지로의 차편을 예매해 놓는 것이 좋다. 중국은 기차역이 매우 장사가 잘된다.)
어쨌던간에, 누나와의 일정도 맞출 수 있을 것 같고, 장자제도 그렇게 빠듯하지만은 않은 일정이라 적절했다.
그리고 저녁 때 룸메이트들(영국인1,독일인1,미국인1)과 잠시의 이야기를 하고, 인터넷도 하고 새벽2시쯤 잠이 든 것 같다.
12일 아침은 괜히 일어나기 귀찮았다. 중간에 한 번 깼다가, 시계보기 귀찮아서 잤는데 일어나보니
마침 오늘 한국에 여자친구와 통화해야 할 일이 있어서 통화하고, 문자보내고 또 누나에게도 연락이 와서 중국비자 만드는데 주소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이래저래
룸메이트들이 나와서 아까 See you someday. 하고 인사를 했는데 또 본다. 그 중 독일인 하나는 굉장히 Friendly한 친구인데, 내 앞자리에 와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던 중 같이 사진 찍으려고 k10d(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이미 그가 캐논 5D 유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너도찍고 나도 찍게 되어, 사진을 보내 주려고 그 독일인친구에게 메일주소를 물었더니, @의 앞뒤가 똑같다. 그래서 Your website? 하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자기는 포토그래퍼란다. 그래서 그 site에 들어가 보았더니,, 사진이 아주 훌륭하다. pflock.com
그래서 또 이런저런 얘기하고 앉아 있으니, 유스호스텔 직원들이 우리한테 와서 나보고 늦었다고 니가 걱정된단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so what?"
"버스가
사실 그랬다. 공원 입구에서 걸어서 다섯시간은 걸어줘야 예약한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독일인은(그는 어제 이미 공원에 다녀왔다.)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밤에 혼자 걸어다니면 사람이 없어 좋다면서 특유의 센스로 애들(호스텔직원들)을 웃겨준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인은 어제 "너 렌턴있냐? 밤에 혼자 다니려면 렌턴이 유용할거야."라고 했었다.
호스텔 직원들 하는 말 들어보니, 대충 늦은 것 같아 3시즈음에 슬슬 기어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냄새(매연)나는 정류장에서 물어물어 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10위안) 갔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고, 40분은 커녕 한시간이 넘게 간 것 같다. 버스안에서 버스 돈받는 직원(젊은남자)이 뭐라고 말을 걸어 내가
"팅부동(못알아들어), 워쓰한궈런(난한국인이야)" 했더니 호기심 어리게 쳐다봐 준다. 마침 궁금도 하야, 지도를 꺼내들고, 여기가 어디쯤인지 물었더니 대화가 약간 불가능하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 위치를 찍었더니, 오늘 못 간단다. 내일 가란다. 난 걸어갈 생각도 하고 늦게 나온건데.. ㅠ.ㅠ 어쨌거나, 대충 들어도 오늘 못갈 것 같은 분위기다. 공원 입구에 거의 다 왔을 때 어떤 호텔앞에 차를 세우고, 자기가 내려서 방이 있는지 알아봐 준다. 방이 있고, 200위안(4만원)이란다. 제기랄… 하루 40위안(8000원) 주고 자고, 하루 35000원씩 쓰고 살았는데 하루밤에 4만원을 쓰라니…
일단 내렸다. 그 버스 직원 남자애도 같이 호텔 데스크에 가 주었다. 그래서 구글 번역 같은 웹페이지 하나 열어두고 얘기했다. 제기랄, 호텔(제일 싼방이 200위안, 800위안짜리 방도 있음) 직원들이 40위안짜리 호스텔 직원들보다 훨~~~~씬 영어를 못하다니..
실제로 호스텔 직원들은 영어를 나보다 조금 더 잘하거나 나와 비슷한 수준인데, 여기 호텔 직원들은 아예 쌩판 모른다. walk도 모른다. how long도 모른다. 여하튼 번역 웹페이지 열어놓고, 다시 물었다. 지도를 펴고 내 호스텔 위치를 찍으면서 이까지 걸어가면 몇 시간 걸리겠냐고.
5시간 걸린단다. 지금 출발하면
체크인 하면서 내가 200위안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니 안된단다. 예약한 호스텔은 30위안이라니까 황당하게 생각하는 표정으로 웃는다. 이런 정보에 어두운 것들. 중국에 살면서 그 많은 인터네셔널 유스호스텔 개념도 모르고 사니? 니가 일하는 곳과 경쟁사라구! 거긴 30위안:6000원에 하룻밤을 잘 수 있는데 너는 같은 관광지의 동종업계에 일하면서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니.. 쯧쯔..
호스텔 직원들은 wifi(wireless internet)도 아는데, wifi도 모른다. 이런.. 어쨌든 무선인터넷도 안되는 비싼(7일을 잘 수 있는 가격) 호텔에 하룻밤 자게 생겼다.
호텔 외관은 훌륭하다. 내부에 샤워기 수압은 안습이다.
어쨌든 그러그러한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하고, 이 곳의 사진 몇 컷 찍고, 밥먹으러 나가서 호텔식당에서 '라쯔지(닭튀긴 요리인데 기름기가 적음)'와 '미판(밥)' 40위안:8000원 을 시켜 먹고, 좀 많이 걷기에도 늦은 시각의 산 속이라 그냥 숙소로 들어와 이렇게 밀린 글을 쓰고 있다.
레이블 : 여행/중국/2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