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레로 가는 버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보통 15인승 버스 크기에 버스안에 25명정도, 버스 옥상에 8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같이 있던 이스라엘 여자애들(2명)에게 말했다.
"나 저기 옥상에 올라갈래. 너는?"
자기들도 그러고 싶단다. 인터넷에서 네팔관련 여행기를 읽을 때 누군가는 꼭 버스 옥상에 타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비교적 쉽게 옥상에 올라탈 수 있었다. 옥상에 올라타니 8시간 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베시스사하르까지 왔던 버스 알바녀석이
"거기, 안전해, 걱정마~"
라고 아래에서 외친다.
'음,, 안전하다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베시스사하르에서 출발한지 5분이 지나지 않아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비포장도로도 잡석이 깔린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산길이었다. 그냥 산길. 흙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돌들이 박히고, 때때로 강이 흘러 작은 개울을 형성하고 있는 산길.
그냥 그 산길을 15인승 버스가 37명 정도를 태우고 간다. 길은 고르지 않다. 버스가 좌우로 기우뚱 할 때 마다,
'버스가 이렇게 넘어지면 이렇게 뛰어내려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위험하다.
같이 옥상에 타고 있던 네팔인들이 말을 건다. "어디서 왔니?"
"한국에서 왔어."
네팔에서 5일째인 지금 느끼기에도 많은 네팔인들이 한국인을 좋게 생각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래저래 얘기하다 그 네팔인에게 물어봤다.
"이거 위험하지 않니?"
"위험해.."
네팔인도 위험한지 안다. 제길…
그 얘기를 들은 이스라엘 여자애들이 놀라며,,
"너희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서 우리는 진지하게 토의했다. "불불레까지 얼마나 걸리니?"
"8km정도 돼, 버스로는 한 시간 정도..? 걸어서는 두 시간.."
그 때가 이미 4~5시 정도. 나는 옥상에서 버스를 잡고 있는 게 힘들었어도, 이 무거운 짐을 들고 두 시간을 걷고 싶지는 않았다.
덜컹거리는 길을 10분 정도 더 지나자, 이스라엘 여자애 하나가 말한다.
"나 내리고 싶어. 농담이 아니라고."
"8km라는데?"
"그래도 좋아, 여기서 내리면 난 불불레에서 살아 있을 수 있을거야."
실제로 그 버스는 정말로 위험해 보였지만, 난 네팔인들도 죽고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들이 이렇게 운행하는 것이 완전히 미친짓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더 가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불불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서 그들은 내렸다. 나는 그냥 이렇게 옥상에 있겠다고 했다.
그들이 내리고 난 후의 길은 위험하기 보다 대단한 요철이었다. 버스를 잡고 있기가 너무도 힘든 상태. 나는 버스 안에 타겠다고 이야기 했고, 곧 버스 실내로 들어올 수 있었으나, 그 안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요철이었다. 그냥 산길을 일반 도로용 버스가 간다고 보면 되겠다.
멀미를 잊고 지낸지 20년. 멀미가 난다. 나는 그냥 내려서 걷겠다고 했지만, 친절한 네팔인들은 거의 다 왔다며 손사레를 친다.
'친절한 자식들.'
불불레에 도착하니, 나의 포터 '프램'이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얼른 짐을 받아준다. 카트만두 네팔 짱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연결해준 분인데, 내 생각에는 젊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저씨다.
불불레에서 첫번째 퍼밋확인이 있다.
카트만두에서 2000루피(32000원)를 주고 받은 안나푸르나 트래킹 퍼밋.
퍼밋확인을 하고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아르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그 때 시각이 6시정도. 12시간의 이동이다.
나는 터미널에서 산 빵이 아직 남아 있기에 삶은 계란 두 개와 밀크커피를 시키고, 샤워하고 짐을 풀었다. 이 곳의 테라스 공간도 멍때리고 경치구경 하기에 좋다.
그러고 있자니 아까 내렸던 이스라엘 여자애들이 와서 아는 척을 한다. 먹을 것들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